나의 멘탈 상태를 굳이 기후에 비유해보자면,
에너지가 넘치고,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든 일어나는 일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용기를 가진 시즌을 '우기'라고 해볼 수 있겠고,
에너지가 넘치지 않고, 잠에 쉽게 들지 못하고 쉽게 깨어버리는,
수면에 방해가 된다는걸 알면서도 작은 조명을 켜놓고 자야 마음이 편안한 시즌.
내가 놓아버리면 또 다시 감정의 동요가 심한 파도 속으로 빠져 버릴까봐
슬픈것 같지도, 행복한 것 같지도 않은 무뚝뚝한 감정을 애써 유지하며 하루를 살아가는 시즌을 '건기'라고 하고 싶다.
며칠 전 아침잠에서 깼을 땐,
'괜찮아, 오늘 다시 일어나면 돼'라고 생각하며 해야할 일을 했고,
어제도,
'괜찮아, 오늘 다시 일어나면 돼'라고 생각하며 해야할 일을 했다.
마음이 많이 어지러워져 있었다.
건조한 사막엔 선인장들이 꿋꿋이 모래바람을 맞으며 서 있다.
분갈이를 하려고 뿌리채 펼쳐놨던 다육이는 며칠 째 말라가고 있었다.
드라마속 남자 주인공이 키우던 방울토마토도 시들어가고 있었다.
미안해하며 준비해놓았던 흙을 꺼내 작은 화분에 정성스럽게 다시 심어놓았다.
어지럽게 늘어놓았던 물건들, 미뤄둔 설거지 거리들도 차근차근 정리하였다.
이 기후는 되돌아봤을 때 약 3개월의 주기로 반복되는 것 같다.
정말 다행히도, 이제는 반복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건기가 거의 다 끝난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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